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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거리] "고민하고 공부하고 연대하며 주인이 됐다" _ 한겨레 경제사회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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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지역개발연구소 작성일18-03-27 14:16 조회2,75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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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사회】 협동조합기본법 5년 좌담회

 

 

다섯명 이상이 모이면 자유롭게 협동조합 법인 설립을 허용해주는 협동조합기본법(이하 기본법)이 시행된 지 5년이 지났다. 그사이 돌봄, 택시, 관광버스, 언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동조합이 만들어졌다. 기본법에 근거해 5년간 설립된 협동조합은 약 1만3천개(2018년 3월 현재)에 육박한다. 그만큼 지역과 생활 현장에 사회적경제의 열망이 컸음을 보여준다. 아메리칸 인디언은 평원을 달리다가도 잠시 멈춰 영혼이 따라오길 기다린다는 이야기가 있다. 5년을 달려온 협동조합의 현재를 점검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전문가 좌담회를 열었다. 좌담은 16일 오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회의실에서 진행됐다.

 

협동조합기본법 발효 5년의 성과와 과제를 짚어보는 좌담회가 16일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회의실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대훈 정책위원장(사회), 최영미 대표, 김동규 사무총장, 김기태 소장.
협동조합기본법 발효 5년의 성과와 과제를 짚어보는 좌담회가 16일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회의실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대훈 정책위원장(사회), 최영미 대표, 김동규 사무총장, 김기태 소장.

 

참석자

 

김기태 한국협동조합연구소장
김대훈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정책위원장
김동규 서울지역협동조합협의회 사무총장
최영미 한국가사노동자협회 대표

 

 

 

협동조합기본법 제정 5년의 의미

 

 

김대훈(사회) 협동조합기본법 시행 5년이 되었다. 지난달 정부의 3차 실태조사 결과가 나왔다. 5년이 된 시점에서 기본법 제정의 의미를 되짚어보자.

 

김기태 2010년 이후 계속 경제민주화 얘기해 왔는데 재벌에게 ‘뭘 하지 말라는 것’ 위주였다. 규제뿐 아니라 사람들이 뭔가를 할 수 있는 것도 중요한데 기존 제도로는 잘 안됐다. 협동조합은 재벌 중심의 경제구조에서 소외된 많은 사람에게 새로운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상상력을 준 것이다.

 

최영미 그동안 정책의 대상자·수혜자였던 시민들이 경제의 주체로 설 수 있다는 데 놀랐다. 문제를 가진 당사자들이 문제해결의 주체로 나선 것이다. 50~60대인데도 열심히 공부하고, 고민하고, 연대하면서 문제해결의 주인이 되어갔다. 시민 역량이 축적되어 오다 경제영역에서 분출된 것이 협동조합이라 본다.

 

김동규 2007년부터 직장인 독서클럽에서 경제동향을 공부하며 모의투자를 해봤다. 공부할수록 자본주의의 폐해가 보여 비판을 하게 됐지만, 대안 없는 비판만 계속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다 협동조합을 알게 되면서 사람들이 바뀌었다.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다른 형태의 기업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사회 협동조합이 경제적 측면도 있지만 시민의 역량 강화, 그리고 사회적 자본의 축적이란 면에서 가지는 의미가 매우 크다고 평가해주셨다. 현장에서는 어떻게 실현되고 있는가?

 

김동규 서울 서대문구에는 34개 협동조합이 모여 협의회를 하고 있다. 청년이 주축이 된 협동조합학습공동체 ‘아카데미 쿱’도 있고 경력단절 여성이 주축이 된 목공협동조합 ‘우드포유’도 있다. 기존 틀에선 구직활동에서 헤어나지 못했던 사람들이 새로운 걸 만들어낸 것이다. 협동조합으로 수입도 얻지만, 더 중요한 것은 관계와 경험을 얻는다. 주도적으로 활동하다 보니 일반기업에 비해 직장 안에서 이들의 위상도 달라졌다.

 

최영미 전국에는 오십만명 이상의 가사도우미, 산후도우미, 베이비시터들이 있다. 이들이 모여 돌봄사회적협동조합을 만들었다. 이들에게 무엇이 달라졌냐고 물으면 “명함이 생겼어요” 한다. 그전에는 어디서 나왔다고 길게 설명해야 했는데 이제는 “행복한돌봄사회적협동조합 이사예요, 조합원이에요” 하면 된다. 돈을 더 버는 것도 아닌데 이게 얼마나 기쁜지 집에 가서 아이들에게 명함을 자랑한다. 당당하게 자신의 이름을 찾는 일, 참 기쁜 일이다.

 

 

최영미 한국가사노동자협회 대표   “협동조합 통해 당사자가 문제해결의 주체로 등장…그간 쌓인 시민역량이 경제영역에서 분출된 것”
최영미 한국가사노동자협회 대표 “협동조합 통해 당사자가 문제해결의 주체로 등장…그간 쌓인 시민역량이 경제영역에서 분출된 것”

 

사회 밝은 측면을 소개했는데 그늘도 있는 것 같다. 정부 보고서를 보면 절반 정도의 협동조합이 휴업중이거나 사업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의 지원금을 타먹는 ‘좀비’라는 비판도 있다. 이런 비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김기태 좀비라는 비판은 납득할 수 없다. 설립이 쉽다는 이유로 학습과 준비가 부족한 채 뛰어들어 고생하는 곳이 물론 있다. 하지만 협동조합의 생존율은 개인사업자나 주식회사의 5년 생존율에 비해 오히려 높다. 비판을 하려면 비교 대상이 명확해야 한다. 협동조합에 대한 지원이 많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 한 예로 기획재정부 협동조합 담당 부서의 1년 예산이 80여억원에 불과하다. 다른 부처 같으면 한 기업에 지원하는 액수다. 소수지만 정책적 지원 때문에 협동조합을 만들었다는 것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사업자협동조합이 70%가 넘을 정도로 늘어난 것은 중소기업청(중소벤처기업부)의 소상공인협동조합 지원 정책과 관련이 있다. 하지만 부실한 사업선정과 성과관리가 문제이지 협동조합 자체의 문제는 아니다. 물론 이 부분은 개선이 필요하다.

 

김동규 기본법 시행 초기에 충동적으로 만든 협동조합의 생존율이 낮았지만, 시기가 흐를수록 점점 높아지고 있다. 협동조합은 사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싸우고 있다. 특히 금융 측면에서 그렇다. 90년대 벤처 열풍이 불었는데 이는 정부가 자금조달을 쉽게 만들어줘서 가능한 일이었다. 협동조합은 출자나 증자 외에는 방법이 없다. 어찌 보면 뒷짐 지고 달리는 것이다.

 

 

김기태 한국협동조합연구소장   “협동조합의 생존율 일반기업에 비해 오히려 높아, 절실함 잃지 말고 더 나은 사회에 대한 상상 이어가야”
김기태 한국협동조합연구소장 “협동조합의 생존율 일반기업에 비해 오히려 높아, 절실함 잃지 말고 더 나은 사회에 대한 상상 이어가야”

 

법·제도개선 과제 산적

 

 

사회 제도개선이 되고는 있지만 협동조합은 여성기업 지원제도를 이용할 수 없고, 생협은 중소기업으로 보지 않는다. 부처간, 법률간 이런 문제가 산적해 있다. 행정적 미비도 일선 협동조합을 힘들게 하고 있다. 협동조합기본법만이 아니라 연관된 경제법 일반의 정비가 안 되는 상황에서 협동조합은 상당히 불합리한 구조 속에 있는 것 같다. 가장 먼저 개선되어야 할 제도는 무엇인가?

 

김동규 해산절차도 간소화해야 한다. 쉽게 생각해서 협동조합을 설립한 사람들에게 출구를 열어줘야 하는데, 지금은 총회를 두번 해야 하는 등 해산이 쉽지가 않다. 현재 가장 큰 고민은 자금조달이다. 5년의 연륜이 쌓였으니 금융 및 보험업 설립금지 규정도 재검토해야 하다. 협동조합이 초기 설립 플랫폼에서 성장 플랫폼으로 가는 도약이 필요하다.

 

김기태 협동조합 임직원 겸직금지 조항은 대규모 협동조합에서 조합원보다 직원이 의사결정을 주도하는 문제를 막기 위해 농협법이나 생협법에 포함돼 있던 내용인데, 기본법에 포함되면서 신설 협동조합의 운영에 제약요인이 돼 버렸다. 이게 좀 풀려야 한다. 또 기본법에 의해 설립된 협동조합과 농협 등 개별법에 의해 설립된 조합 사이의 관계를 명확히 정리하는 등 ‘협동조합공통법’으로 법체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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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지금의 기본법이 너무 평면적이어서 성장단계와 유형별 특징이 다른 협동조합에 일률적으로 법을 적용하는 폐해가 심각하다는 의견이 많다. 저마다의 제도와 법률을 산발적으로 정비하기보다 현장의 수요를 취합하고 민간·정부·국회의 협력구조 속에서 정기적이고 체계적인 제도개선 프로세스를 구축하면 좋겠다. 지난 5년간 정부 당국도 협동조합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은 상태에서 시행착오가 많았을 것이다. 앞으로 정부와 행정의 역할은 어떻게 변해야 하나?

 

최영미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등을 통해 당사자 조직들이 현장에서 모아 제안하는 제도개선만 얼른 해도 나아질 것이다. 더불어 문재인 정부에서 포용성장·경제민주화 정책의 일환으로서 협동조합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투자하길 바란다.

 

김기태 민관 거버넌스로서 정책심의위원회를 체계화했으면 좋겠다. 국회, 정부, 민간 전문가가 모여서 현장에서 올라오는 문제들을 체계적으로 해결해 가는 컨베이어 벨트 같은 제도개선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

 

 

김대훈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정책위원장.  “부처간·법률간 제도개선 이슈 산적…민간·정부·국회 정기적 제도개선 프로세스 필요”
김대훈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정책위원장. “부처간·법률간 제도개선 이슈 산적…민간·정부·국회 정기적 제도개선 프로세스 필요”

 

사회 서울의 한 자치구에서 사회적경제 방식의 도시재생을 추진하면서 협동조합형 마트 운영을 검토하고 있다. 주민들의 의견을 듣는 타운홀미팅에서 주민들은 협동조합보다는 대기업 마트를 선호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협동조합이 시민들에게 매력적으로 인식되도록 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협동조합이 노력할 점은 무엇인가?

 

김기태 90년대 천주교에서 ‘내탓이오’ 운동을 벌여 많은 차들이 스티커를 붙이고 다녔다. 협동조합도 이런 것을 배워서 캠페인이나 브랜드 마케팅을 펼칠 필요가 있다. 아울러 협동조합기본법 제정 당시의 절실함이 있는지도 돌아봐야 한다. 개별 조항을 고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초기부터 협동조합 운동을 고민했던 사람들이 했던 대로 5년 뒤, 10년 뒤 더 나은 세상에 대한 공동의 상상을 이어가야 한다.

 

최영미 사회구조와 인구변화에 따른 일의 미래, 즉 실업, 고용불안에 대해 협동조합이 좀 더 적극적으로 대응을 해야 한다. 협동조합을 너무 일자리와 연관짓는 데 대한 거부감이 있지만, 앞으로 적어도 5년은 일자리와 관련해서 협동조합이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 이른바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서도 운수, 돌봄, 건설 등 전통적 노사관계를 벗어난 비정형 노동이 크게 늘어날 것이다. 일자리의 핵심은 청년실업 대응이다.

 

김동규 비지니스 모델이 없거나 취약한 곳이 많다. 내가 뭘 할수 있느냐가 아니라 사회가 뭘 필요하냐는 관점에서 비지니스 모델을 고민해야 한다. 협동조합 기업 숫자가 늘어나는데, 협동조합 소비가 늘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협동조합으로 기업하라”는 말과 함께 앞으로는 “협동조합으로 소비하라”는 메시지도 같이 주면 좋겠다. 시장이 없는데 시장까지 만들어가며 기업하려니 힘들다. 우리라도 내 지출의 10퍼센트는 협동조합에서 써보자는 마음을 먹어보자.

 

 

김동규 서울지역협동조합협의회 사무총장.  “협동조합으로 기업하라와 소비하라가 함께 갈 필요…우리부터 지출의 10퍼센트를 협동조합에서 소비하자”
김동규 서울지역협동조합협의회 사무총장. “협동조합으로 기업하라와 소비하라가 함께 갈 필요…우리부터 지출의 10퍼센트를 협동조합에서 소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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